친환경건축 컨설팅 현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말은 각 전문가는 자신의 고유한 업무 영역에서 전문성을 펼치고, 그에 따른 권한과 책임을 갖는다는 뜻이다.
매우 유명한 이 표어는 건축 분야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건축시장에서 설계는 건축사가, 시공은 시공기술사, 구조는 구조기술사, 기계는 기계기술사, 전기는 전기기술사, 토목은 토목기술사, 조경은 조경기술사가 담당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 WMO가 발표한 <2023 전 지구 기구 현황>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과 온실가스 농도, 해양열과 산성화, 해수면 상승, 극지 얼음 등 기후변화와 관련된 모든 지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절체절명의 기후위기 속에서, 의무와도 같은 건물 에너지 절감에 필요한 친환경 건축은 과연 누가 담당해야 하는 것인가?
기존 건축 전문가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친환경 건축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건축설계는 패시브 설계, 친환경 요소기술 및 자재도입을 통하여, 기계와 전기는 최적화 설계, 고효율 엑티브 장비 및 설비를 도입하여, 조경은 녹지공간 및 생태면적 확보를 통해 시공사는 환경친화적 현장관리 및 친환경 공법을 통해서 말이다.
패시브 설계를 적용하면 건물 에너지 22% 절감합니다.
xx단열재를 사용하면 건물 에너지 30% 절감합니다.
xx창호를 사용하면 건물 에너지 25% 절감합니다.
xx차양을 사용하면 건물 에너지 12% 절감합니다.
xx고효율 장비를 도입하면 건물 에너지 19% 절감합니다.
전체를 더하면 100%를 상회한다. 그렇다면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건물이 되는 건가?
결국 친환경 건축과 관련해 통합적인 관리와 정리가 필요할 것이다. 친환경 건축은 동일한 개념으로 시대에 따라 지속가능한 건축, 녹색건축, 제로에너지건축 등 다양한 용어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2013년 녹색건축물 조성지원법(이하 녹색건축법) 시행 이전 친환경 컨설팅은 턴키, 기술제안 시장에서 경쟁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차별화된 친환경 및 에너지 절감 특화 아이템 발굴을 하였고 선정 결과에도 절대적인 영향이 있었다. 하지만 녹색건축법 시행 이후에는 여러 인증 기준 등이 마련되면서 가성비 높은 아이템 조합 컨설팅만을 요구받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에는 빈 도화지에 자유로운 그림을 그렸던 High-Tech 컨설팅에서, 지금은 표 안에 최소기준을 체크하는 Low-tech 컨설팅으로 변모한 것이다.
일부 특수시설 및 특화설계에서 다양한 친환경 접근 및 분석 등을 요구하지만 그 물량은 과거 대비 많이 감소하고 있고 대학원을 졸업한 친환경 전문가들을 실무적 전문가로 양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국내 친환경 전문 자격증으로 녹색건축인증 전문가(G-SEED ID), 건물에너지 전문가(에너지 평가사)를 양성하였으나 실제 인증컨설팅 업무에 양성된 전문가들은 보이지 않고, 친환경 컨설팅사의 컨설턴트들이 이를 수행하고 있다. 왜 전문가들은 실제 컨설팅에 참석하지 않는 것일까? 이것이 친환경건축이 당면한 현실이라고 생각된다.
친환경건축 컨설팅 제언
친환경 건축 컨설팅은 건물 재실자에게 쾌적한 5대 환경(열, 빛, 음, 공기, 물)을 제공함과 동시에 기후 위기를 대비한 건물에너지 절감을 위한 전략과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건물의 생애기간동안 다양한 전문가들의 통합적이고 정기적인 검토 및 솔루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친환경건축 컨설팅 발전을 위해 2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친환경 컨설팅 양성
국내 친환경 컨설팅은 약 300개 이상 컨설팅기업, 1500명 이상의 컨설턴트들이 활동하는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부분 인증컨설팅만을 수행하고 있으며, 관련 이력 및 실적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최근 한국녹색건축기술협회(KOSATA)는 컨설팅사와 컨설턴트들의 이력/실적을 관리하기 위하여 준비 중이고 인증 접수시 컨설팅사와 컨설턴트들을 기입하는 친환경 컨설팅 양성화를 추진 중이다.
친환경 컨설턴트들의 자격/이력/실적 등이 양성화되면 양질의 전문인력들이 배출될 것이며, 이는 결국 고도화된 건물에너지 절감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기술들의 안정적 공급으로 이어질 것이다.
둘째 성능기반 건물에너지 관리기준 도입
우리나라는 국내 건물에너지 평가도구인 ECO2를 기반으로 에너지소요량을 예측하고 이를 통한 국가 에너지 절감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예측되는 에너지 소요량은 실제 에너지소비량과는 차이를 보이며 그 원인으로 표준기상년과 다른 기상조건, 재실인원의 차이, 건물별 다른 운영프로필, 반송에너지 미반영, 플러그 부하등이 있다.
만일 설계단계의 평가도구가 아닌 준공 후 건물 용도별 원단위 에너지(성능기반 건물에너지)로 기준이 마련된다면, 설계단계뿐 아니라 준공 이후에도 지속적인 에너지 절감 노력을 할 것이고 시장에서는 다양한 에너지 절감기술과 솔루션들이 개발될 것으로 사료된다.
기후 위기를 넘어 기후 재난이라고 할 수 있는 지금의 현실에서 인류는 ‘기후 행동’의 최전선에 나설 것을 요구받는 상황이다. 삶의 질을 향상하고 건물에너지 절감을 선도하는 양질의 친환경건축 컨설턴트들이 인정받으며 양성되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