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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녹색건축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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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4.05.17 16:08:34
  • 조회수 63

민현준 ㈜잘그린건축연구소 대표이사

2025년은 우리나라 녹색건축의 커다란 변화가 기대되는 해이다. 왜냐하면 2030년을 향한 제3차 녹색건축물 기본계획(‘25~’29)이 예정된 해이기도 하고, 공공건축물은 제로에너지건축물 4등급, 민간 건축물은 제로에너지건축물 5등급 수준으로 건축성능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해이기 때문이다. 비록 어려운 경기 상황과 더 어려운 건설 환경이 겹쳐서 2024년에 시작하려 했던 민간 공동주택의 제로에너지건축물 5등급 수준 계획은 1년 유예됐으나, 거대한 기후변화와 위기 속에서 탄소중립도시를 만드는 큰 방향성은 일관성 있게 추진되는 상황이다. 그 속에서는 공공건축물을 필두로 혁신을 이루어서 탄소중립도시를 조성하고, 관련 건축산업을 육성하는 큰 움직임이 있다.

 

 

 

 

K-녹색건축은 그런 점에서 재미있다. 유튜브 영상을 보면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놀러 와서 “아니 이런 것도!”라는 주제의 동영상 중 K-주거 또는 온돌바닥에 대한 것들도 있다. 멀리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사는지 경험해 보는 게 큰 즐거움이기도 하고, 그 즐거움을 즐기는 모습을 보는 것 역시 즐겁기도 하다. 특히 한여름의 높은 기온과 습기, 한겨울의 차가운 한파를 두루 갖춘, 사계절이 다이나믹한 우리나라에서 에너지가 들어가지 않는 건축물을 만든다는 건 커다란 도전이기도 하며 반대로 세계 어디로 들고 나가서 자랑해도 되는 결과물이 될 테니 말이다. 우리는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우면 옷을 바꿔 입어가면서 계절을 버티는데, 건물은 고정된 옷 하나를 입고 계절을 버티면서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하니 더욱 도전적인 이야기가 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사용되는 건축자재의 발전은 엄청 획기적이거나 빠르지 않다. 물론 실험적인 도전을 하는 건축물도 간혹 등장하기는 하나, 대다수를 차지하는 보통의 건축물은 전통적으로 적정기술을 합리적인 가격에 사용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래서 우리가 사용하는 벽이나, 창도 기술개발을 꾸준히 해나가고 있으나 엄청 눈에 띄는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 대신 에너지 생산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제1차 녹색건축물 기본계획을 수립하던 10년 전만 해도 태양광 발전시설을 건물 전체로 두른다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비용적으로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하다못해 제로에너지건축물이란 표현도 조심스러운 시점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유려한 디자인의 BIPV를 후면 철판 모듈로 설치가 가능한 시점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 제로에너지건축물을 만들려면 에너지소비를 줄이는 동시에 에너지 생산량을 늘려야 하므로 이런 변화가 점차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2023.12월에 발표된 ‘2024 서울시 녹색건축물 설계기준’을 보면 이런 부분이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연도별 신재생에너지 설치 의무 용량도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기존 옥상에 설치하는 G2B 기술 기반의 일반 PV는 가성비가 높은 대신 이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아서 도시경관을 고려하여 최대한 차폐될 수 있도록 제도가 다듬어졌고, 태양광 설치는 옥상에 PV를 최대한 설치한 후 그다음으로 건물 입면에 설치하는 BIPV와 BAPV 순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또 서울시에서는 2023.11월에 세계적 수준의 지열 에너지 도시를 선포하여 향후 건축물에 설치해야 하는 지열 또는 수열 냉난방 설비가 점차 늘어나고, 제로에너지건축물을 지어야 하도록 시장에 요구하고 있다. 건물에서 생산하는 에너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다만 앞으로 마냥 태양광 발전을 늘릴 수는 없다. 전기 사용량이 적은 시점에는 건축물에서 생산된 전기는 남아돌기 시작한다. 이때,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과잉 생산된 에너지를 저장하는 적절한 방법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학교와 같이 방학으로 인해 에너지 수요가 적은 기간이 있는 건물은 태양광 설치 용량이 적으면 일부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버리는 경우도 있으나 자체적으로 소비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태양광 설치 용량이 커지면 한국전력공사에 에너지를 판매하는 방법으로 과잉생산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전반적으로 태양광이 다수 보급된 캘리포니아의 이야기를 보면 전력공급 기관에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캘리포니아 지붕 가득한 태양광 발전...남아도는 전기가 ‘고민’, 헤럴드경제 2024.04.28. https://biz.heraldcorp.com/view.php?ud=20240427050117

 

 

그리고 대지면적과 건축물의 입면 면적 한계 등을 이유로 건축물에 신재생에너지를 마냥 설치할 수도 없다. 결국 사업부지 내에서 설치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의 양에는 한계가 있고, 바닥면적이 많아서 용적률이 높은 건물일수록 대지 내에 설치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가 적어진다. 결국 제로에너지 고등급 건축물의 경우 대지 내에 신재생에너지를 모두 품는다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대지 외부에 설치하여 인정하는 제도의 필요성이 점차 요구되고 있다. 특히 건축물이 큰 경우 이 문제를 더 절실하고 빨리 겪는 중이다.

 

 

 

반면에 건물 내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생산량이 늘수록, 전기의 소비 자체도 직류를 이용하려는 새로운 움직임이 시작됐다. 한국전력공사의 주최 아래 DC 기술 발전포럼**도 진행하고 관련 건축물도 국내·외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태양광과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는 직류전기를 생산하고, LED 전등 및 냉난방장치도 직류전기 형태로 전기를 소비하기 때문에 자체 생산량이 많은 건물은 직류 생산-직류 소비가 더 유리해지고 있다. 그에 따른 에너지 전환 손실도 약 10% 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방향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아직은 관련 기술의 발전이 더 필요하긴 하다.

 

**한전, 에너지 대전환 DC 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발전포럼’ 열어, EPJ, 2024.04.05

 

 

 

 

2050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건물 분야에서는 기술적으로도, 제도적으로도 많은 변화와 도전을 요구받고 있다. 결국은 건축물에서 쓰이는 열과 전기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줄이고, 생산해서 사용하는지가 관건이다. 건축계획 자체의 변화와 인덕션, 히트펌프, 태양전지, 전력 저장-변환장치의 발전이 지금의 건축물을 보다 그린~한 건축물로 발전시킬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돈이 더 들어가는 일이므로 어려운 일인 것은 맞다. 이런 문제는 일괄적으로 정할게 아니라, 해당 지역 책임자의 리더쉽을 기반을 한 많은 설득도 필요하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까다로운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이렇게 이쁘고 편리한!” 명품 녹색건축물을 공급해야 하는 것은 기후재앙을 맞이한 오늘날 큰 도전임은 틀림없다. 그 도전의 실마리를 풀 녹색건축의 발전과 제3차 녹색건축물 기본계획의 해법이 더욱 궁금해지는 2024년이다.